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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무법천지나 다름없었던 서울 강남 '버닝썬 클럽'에서의 행태가 놀랍다. 어느 고객이 지난해 11월 클럽직원들에게 폭행을 당해 112에 신고했을 때 경찰이 보인 행동은 충격적이었다. 경찰은 폭행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수갑을 채웠다. <br><br>'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이 비뚤어지면 고통은 시민의 몫이다. 그나마 버닝썬 사건은 CCTV에 폭행증거가 남아 있어 시민의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린 사례다. 경찰이 비뚤어진 대다수 사건에서 시민들은 억울함을 풀지 못한 채 이 사회만 원망하게 될 것이다. 경찰은 "13만명에 달하는 경찰조직에서 미꾸라지 한두 마리가 물을 흐린 사례인데 너무 일반화한다"고 반박할 것이다. 문제는 그 미꾸라지들이 번성할 환경을 지금 정부가 만들려 한다는 사실이다. '자치경찰제'다. 청와대·정부·여당은 자치경찰제 도입에 필요한 입법을 연내에 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br><br>불현듯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시골 동네에서 트럭으로 야채장사를 하는 여주인공은 과속단속에 걸리는 순간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러나 딱지를 끊으러 오는 순경의 얼굴을 보더니 구세주를 만난 듯 "부모님 잘 계시지. 안부 전해라"는 말을 남기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차를 몬다. 그 자리에 남겨진 교통순경만 난감한 표정으로 어찌할 줄 모른다. <br><br>형님·동생·이모·삼촌이 수두룩한 동네에서 자치경찰은 얼마나 공정할까. "이미 미국·유럽에 자치경찰이 정착돼 있으니 우리도 문제없을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O 헨리의 단편소설 '20년 후'와 황순원의 단편소설 '학'을 보면 그 차이가 뚜렷하다. <br><br>'20년 후'에서 주인공 밥은 돈벌이를 위해 먼 길을 떠나면서 단짝 친구 지미와 작별 식사를 하고는 "20년 후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굳게 약속한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밥은 1600㎞를 달려오지만 막상 와서 보니 밥은 지명수배자이고 지미는 경찰이다. 이때 지미는 밥을 체포해야 하는가. 한국인에게선 "그냥 보내줘야 한다"는 대답이 많이 나온다. 소설 '학'에서도 주인공 성삼은 치안대에 잡혀온 단짝 친구 덕재를 홀로 호송하게 되자 그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슬그머니 포승줄을 풀어준다. <br><br>미국인은 다르다. 소설 '20년 후'에서도 경찰 지미는 동료를 보내 밥을 체포한다. 이러한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한순구 연세대 교수는 게임이론으로 설명했다. "좁은 땅에서 반복적으로 만나야 하는 한국인들은 우정·의리 등을 중시하게 되고 반면 다시 만날 확률이 낮은 미국인들은 법에 더 충실하게 된다"는 설명이다.<br><br>형님·동생이 얽힌 이 땅의 특성을 무시한 채 법원은 2002년 향판제도를 도입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판사를 특정 지방에 오래 근무하도록 했더니 토호세력과 유착된 엉터리 판결이 터져나왔던 것이다. 향판제도는 결국 2014년 폐지됐고 지금도 변호사 75%는 이 제도 부활에 반대한다. 비좁은 땅에서 지방조직으로 잘게 쪼개면 비효율도 커진다. 지난 4월 강원도 초대형 산불 때 소방관들이 지역별로 제각각 따로 놀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시민들은 이제 소방관을 국가 단일조직으로 통합하는 데 78%가 찬성한다. <br><br>이런 마당에 정부는 자치경찰을 분리해 동네 형님·아우들과 짝짜꿍이 되게 하려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진행하다가 경찰 권력이 비대해진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그러면 자치경찰도 쪼개고 국가수사본부도 쪼개면 될 거 아니냐"는 식이다. 자치경찰제 도입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묻는 여론조사 하나 찾아볼 수가 없다. 국민 의견은 뒷전이다.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57%가 찬성하더라'는 설문 결과를 내놓는다. 그건 수사 지휘·종결·영장통제 등과 관련된 검찰과 경찰의 밥그릇 싸움에 대한 의견이다. <br><br>시민들 일상생활에 파괴적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자치경찰제를 그런 안건에 은근슬쩍 엮어서 처리해선 안 된다. 토착세력들과 유착되고 지방선거에 휘둘리는 경찰의 모습을 상상하면 참으로 끔찍하다. 제2, 제3의 '버닝썬 사건'을 불러올 수 있는 자치경찰제 실험은 더 조심스럽게 추진해야 한다.<br><br>[최경선 논설위원]<br><br><!-- r_start //--><!-- r_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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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 class="img_desc">류정호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신임 총회장(오른쪽)과 한기채 부총회장이 29일 경기도 부천 서울신학대에서 열린 ‘기성 제113년차 총회’ 임원선거에서 소견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부천=송지수 인턴기자</em></span><br><br>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는 29일 경기도 부천 서울신학대에서 제113년차 총회 임원선거를 갖고 류정호(대전 백운성결교회) 목사를 총회장으로 추대했다. 목사부총회장에는 한기채(중앙성결교회) 목사가 당선됐고 장로부총회장에는 정진고(서울 신광성결교회) 장로가 단독 출마해 선출됐다. <br><br> 류 총회장은 총회장 이·취임예배에서 “부족한 저를 제113년차 총회장으로 세워주신 하나님과 성결가족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며 “1년간 총회장의 직임을 맡았지만 10년의 비전을 마음에 품고 교단의 미래를 위해 ‘다리 놓는 역할’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공약으로는 ‘성결성·정직 회복 운동’ ‘섬김의 리더십으로 일하는 총회’ ‘중형교회 성장 로드맵 제공’ ‘국내외 및 북한선교 지원’ 4가지를 제시했다. 최근 교단 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기성 총회 본부 재건축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br><br> 그는 “재건축은 자칫 잘못되면 교단 전체가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거대 사안이지만 언젠가 누군가는 꼭 추진해야 할 일”이라며 “직접 이 일을 하려 하지 않고 1년간 연구해 제114년차 총회에서 대의를 묻겠다”고 말했다. <br><br> 한 목사는 지형은(성락성결교회) 목사와의 접전 끝에 목사부총회장에 선출됐다. 그는 대의원 765명이 참여한 1차 투표에서 461표를 얻어 298표를 받은 지형은 목사를 앞질렀다. 기성 총회의 선거관리규정상 3분의 2 득표에 실패에 재투표가 진행돼야 하나 지 목사가 사퇴를 선언해 한 목사의 당선이 확정됐다. 지 목사는 개표 결과가 발표된 뒤 ‘한기채 목사님의 부총회장 당선을 축하한다’는 플래카드를 걸어 경쟁자였던 한 목사의 건승을 기원했다. <br><br> 단독 후보가 출마한 서기와 부서기, 회계에는 이봉조(김포성결교회) 이승갑(충남 용리성결교회) 목사와 임호창(인천 간석제일성결교회) 장로가 각각 당선됐다. 경선으로 치러진 부회계 선거에선 노수헌(광명중앙성결교회) 장로가 선출됐다. <br><br> 이날 오전 회무에서는 선교국을 국내선교국과 해외선교국으로 분리해 설치하는 안이 논의됐으나 부결됐다. 총회비 산출 근거 개정이나 차별금지법 대책위원회 결성 등은 총회 마지막 날 오전 회무에서 다뤄진다. <br><br> 총회는 2018년 12월 현재 전국 성결교회와 세례교인 수를 공개했다. 전국 성결교회는 2865개, 세례교인은 29만6070명으로 집계됐다. 직전 연도에 비해 교회는 19개 증가했고 세례교인은 4396명 줄어들었다. 7년 연속 세례교인 수가 감소해 그간 유지해 왔던 ‘30만명 선’이 무너졌다. 총회 대의원 수도 700명대로 줄었다.<br><br> 부천=양민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