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LZEE - Lee Young Hwan

 

  노인과 여인에 대한 정의
이영환  2011-01-18 10:51:28, Hit : 1,460



노인과 여인


푸에르토리코의 국립미술관에는 검은 수의를 입은 노인이 젊은 여자의 젖을 빠는

'노인과 여인' 이라는 그림 한 작품이 걸려 있다.

방문객들은 노인과 젊은 여자의 부자유스러운 애정행각을 그린

이 작품에 불쾌한 감정을 표출한다.

이런 싸구려 그림이 어떻게 국립미술관의 벽면을 장식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미술관의 입구에...

딸 같은 여자와 놀아나는 노인의 부도덕을 통렬히 꾸짖는다.

의아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검은 수의를 입은 주책스런 노인과 이성을 잃은 젊은 여성은

가장 부도덕한 인간의 한 유형으로 비쳐지고 있다.

작가는 도대체 어떤 의도로 이 불륜의 현장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일까?

이 그림은 정말 3류 포르노인가?

푸른 수의를 입은 노인은 분명히 젊은 여인의 아버지다.

커다란 젖가슴을 고스란히 드러내 놓고 있는 여인은 노인의 딸이다.

이 노인은 푸에르토리코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운 투사였다.

독재정권은 노인을 체포 해 감옥에 넣고 가장 잔인한 형벌을 내렸다.


'음식물 투입 금지'


노인은 감옥에서 서서히 굶어 죽어갔다.

딸은 해산한 지 며칠 지나서 무거운 몸으로 감옥을 찾았다.

아버지의 임종을 보기 위해서였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의 눈에 핏발이 섰다

마지막 숨을 헐떡이는 아버지 앞에서 무엇이 부끄러운가.

여인은 아버지를 위해 가슴을 풀었다.

그리고 불은 젖을 아버지의 입에 물렸다.


"노인과 여인"은 부녀간의 사랑과

헌신과 애국심이 담긴 숭고한 작품이다.

푸에르토리코인들은

이 그림을 민족혼이 담긴 '최고의 예술품'으로 자랑하고 있다.

동일한 그림을 놓고 사람들은

'포르노'라고 비하도 하고 '성화'라고 격찬도 한다.

"노인과 여인"에 깃든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은 비난을 서슴치 않는다.

그러나 그림 속에 담긴 본질을 알고 나면

눈물을 글썽이며 명화를 감상한다.

사람들은 가끔 본질을 파악하지도 않고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우를 범한다.



본질을 알면 시각이 달라진다.

교만과 아집 그리고 편견을 버려야만 세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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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토리코 국립 미술관의 현관에 걸려 있다는

노인과 여인이라는 제목의 저 그림에 대한 감동적인 해설이 유행인 것 같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그림에 숨은 진정한 의미를 파악해야 하듯,

우리의 일상에서도 교만과 아집, 편견을 버리고

본질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푸에르토리코(Puerto Rico)가 어떤 곳인지 안다면 "국립" 미술관이란 표현에

좀 이상함을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중남미의 푸에르토리코에서 그려진 그림이 현대적이기는 커녕

왜 저렇게 르네상스 풍인가?

진상은 이렇다.

감옥에 갇혀 굶어죽게 된 아버지를 딸이 자기 젖을 먹여 살려 내었다는 것은 맞다.

문제는 이 감동적인 얘기가 현대의 푸에르토리코가 아니라

고대 로마(!!!)의 것이라는 점이다.

서기 30년 경, 발레리우스 막시무스(Valerius Maximus)가 쓴

Facta et dicta memorabilia 에 실려 있는 얘기로,

아버지의 이름은 Cimon, 아버지에게 젖을 먹인 딸의 이름은 Pero라고 하는데,

딸의 이 숭고한 행동에 감동한 당국은 결국 아버지를 석방하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주제로 하여 그린 그림을 Caritas Romana 라고 부르는데,

고대 로마에서는 벽화로도 많이 그려질 정도로 매우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세에 접어들면서 이 주제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가 --- 뭔들 자취를 안 감추었으랴만 ---

인간의 육체에 대한 관심이 부활하던 르네상스 시대부터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그림이 노인과 젊은 여자의 부자연스러운 애정행각을 그린

3류 포르노 작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육체에 대한 관심"에서 보듯, 이런 그림이

어느 정도의 에로틱한 면을 포함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니 이 그림을 보고서 에로틱한 상상을 하는 것은 결코 잘못이 아니다.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 말이다.

오히려 Caritas Romana를 보고서, "푸에르토리코"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독재정권과 맞서 싸운 투사라는 식의 황당한,

이념 과잉의 왜곡된 해설이야 말로 더 큰 잘못일 것이다.


"본질을 알면 시각이 달라진다"라는 말은

"푸에르토리코의 국립 미술관" 운운하는 엉터리 해설에 되돌려 주어야 할 말이 아닐까?


참고 문헌: The Female Breast as a Source of Charity: Artistic Depictions of Caritas Romana

그리고 문제의 그림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Rijksmuseum에 있는 Rubens의 작품이다.

도대체 어디서 "푸에르토리코 국립 미술관"이니

"푸에르토리코의 민족혼이 담긴 최고의 예술품"이니 하는 말이 나온 건지...


이글을 읽기 전에 마니야~도 푸에르토리코 국립 미술관이 어디있는지...

그저 스페인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하고 있던터라 찾아봤지만...

고대 로마이야기에 나오는 마을이라는둥 전혀 다른이야기만 쓰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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