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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하는 가운데 변화하지 않는 것”
이영환  2012-05-22 13:59:08, Hit : 1,241


"변화하는 가운데 변화하지 않는 것”

 

 칼끝 같은 선으로 자연의 내면 풍경을 그리는 화가 이영환

 

2006년 11월 02일 (목) 10:37:31 양원섭 기자 won@2000n.net

 

 

조화 현대적 산수전’이라는 이름으로 여섯 번째 개인전을 연다고 한다. 예술성은 물론이고 그 규모 면에서도 놀랍다. 그가 건넨 도록만으로도 이 전시회가 세파에 찌든 사람들을 겁주고, 주눅 들게 하고, 그리고 위로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하면서 그와의 인터뷰를 시작한다.

 

▷ 우선 그림이 주는 사실성에 눈길이 갑니다.

사실 그대로의 진경은 아닙니다. 마음에 드는 풍경을 사진으로 찍어 인화지로 보면 처음 그 느낌보다 작고 왜소해 보인 경험이 있을 겁니다. 카메라의 눈과 인간의 감각이 포함된 눈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제 그림은 사실 그 자체라기보다는 보는 이의 마음에 의해서 왜곡된 어떤 풍경입니다. 자세히 보면 산은 더 크게, 집은 더 작게 묘사되어 있는데 그 느낌의 사실성을 표현하려고 했던 거지요.

 

▷ 표현 기법을 ‘지접준(紙接  )이라는 말로 명명했는데 그 뜻이 무엇입니까?

지난 전시회 때도 제가 ‘지접준’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젠 평론가들도 그 말을 곧잘 사용하곤 합니다. 준(  )이라는 한자의 훈은 살 주름질 준입니다. 이 주름이 동양화에서는 비유적으로 선(線)을 뜻합니다. 선 중심의 화법을 일컬어 준법이라고 하는데 그 선이 어떤 모양이나 특색에 따라 지접준, 부벽준, 피마준, 절대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예를 들면 김홍도의 산수화가 허리띠의 마디를 닮았다고 해서 절대준(節帶  )입니다.

 

어느 날 미술은 단순히 소재의 변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 준법들을 다시 생각해낸 것이지요. 그리고 상대적으로 낡은 소재들 산, 물, 바위 같은 것들을 다시 그림에 옮겨 놓기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지접준이라는 것이 붓으로 그린 옛날 그 기법 그대로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저는 종이를 구겨서 주름을 만든 뒤 그것을 다시 종이에 붙이는 작업을 합니다. 서양식으로는 콜라쥬 기법으로 흔히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마티엘을 이용하는 거지요. 그 주름진 종이 위에 그림을 그려 지접준의 선으로 무언가를 묘사하거나, 아니면 밑그림 위에 다시 종이를 덧붙여 비춰서 드러나게 하거나, 아니면 번지게 만들기 같은 기법들을 고안해 낸 것이지요. 그러니까 장판이나 문창호지에서 덧붙인 것들이 기름이나 빛을 받아 그대로 바탕의 것들이 드러나면서 미적 감응을 주는 것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 그림을 보면 짧은 선과 면, 무채색에 가까운 억제된 색으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의도된 기법입니까?

서양에서는 먹을 블랙이나 ‘차이나 잉크’라고 번역합니다만, 동양에서의 먹은 하나의 색이 아니라 힘입니다. 그 힘은 또 농, 담, 건, 습, 윤으로 다양하게 드러나지요. 이 세상에 색은 많지만 결국 볼 것만 보면 되는 거지요.

 

▷ 그림은 어느 분께 배우셨습니까?

처음에는 서양화를 배웠어요. 뒤에 김옥진 선생님과 전영화 선생님께 동양화를 배웠습니다. 김옥진 선생님은 의제 허백련 선생 계열이고, 전영화 선생님은 이당 김은호 선생 계열이니 어쩌다 보니 동양화의 양대 산맥을 두루 거친 셈이지요.

 

▷ 이천이 고향이신가요?

고향은 제천이고요, 이천에 온 지는 30년 됐습니다. 처음에는 도자기 공부를 좀 하러 왔는데 15년 만에 도자기 공부는 뒷전이 되고 다시 그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 이번 전시회의 특징을 든다면

7년 전인 1999년에도 같은 기법으로 현대 산수전을 했습니다. 그때는 근접 구도로 눈보라가 휘날리고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는 그런 동적인 풍경이 주류를 이루었지요. 이번에는 대관(大觀) 구도라고 일종의 지도를 그리는 수법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정적이고 원경이 많습니다. 이 원경에 자연 중심의 동양 사상을 담고자 했습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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