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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연한 속도 정적 기운생동의 풍경-정정희 작품전
이영환  2011-01-18 10:35:28, Hit : 1,462


유연한 속도 정적기운생동의 풍경

화가 이영환




정정희 작/자연-삶/수묵담채/162x130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그 이전의 미술과는 아주 다른 종류의 미술,
종전의 제작기술이나 취미의 기준으로부터 “해방”되며 그에 대한 지식의 유무에 관계없이
누구든 그에 대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과거나 현재나, 한국화를 공부하는 젊은이들이 공통으로 생각하고 있는
첫 번째 문제는, 과거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거장들의 미술세계를 동경하고
그들의 미술에 버금가는 새로운 미술을 하고자 고민을 해 왔으며,
이들은 현대에 이르면서 서양화적 매체만이 현대미술의 유일한 탈출구로
생각했던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한 생각이 옳든 그르든 무언가 개성적이고,
따라서 새롭고, 또한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발언하기 위한
어떤 다른 길을 찾는다는 것은 이미 몇몇 과거 선배화가들에게 너무 많은 자리를 빼앗겨 버렸고
따라서 그들의 야심을 채우기에는 크나 큰 장벽에 부딪칠 수박에 없었다.
우리시대의 진정한 미술로부터 가장 동떨어져있는 것은 연속성의 단절이라는 관념일 것이다.
그러나 과거가 없이 그리고 또한 과거의 탁월한 규준을 유지하려는
욕구와 구속력 없이는 새로운 미술은 기대할 수가 없을 것이다.

현실의 자연미와 그 대상의 정감적 혹은 심의적 표현미를
화면작업의 창조적 본질로 삼으려는 화가는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많다.
그러나 현대화가로서의 그 수법과 방법이 작품평가의 핵심이 됨은 말할 여지도 없다.
다시 말해서 전통적 자연주의 성향으로서의 그러한 화면은 수법적인 특질과
내면적인 깊이 또는 분명한 창작성 등으로 그 작가의 존재를 주목하게 하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자연'의 서정미를 독특한 붓놀림과 수묵 및 색상의 순수한 형상으로
독자적인 화면을 창출해온 정정희는 그러한 존재의 작가이다.

정정희의 화면에서 만나는 맑은 정신의 수묵은 동양화가 지니고 있는
어느 요체를 가장 진하게 터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어떻게 나타내고 있느냐, 어떻게 추진해가고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갖고 있는가 하는
작가의 고유한 내면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새삼 강조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고유한 내면성이란 천부적인 것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을 어떻게 갈고 다듬고 드러내놓느냐는 문제는 외부적인 사항일 테지만,
작가로서의 좋은 요소란 역시 소여성(所與性)이란 생각을 굳힐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정희는 동양화적인 체질을 소유하고 있는 작가란 표현이 가능할 듯하다

정정희의 그림은 전통적 지식의 바탕을 적극 수용하면서,
동시에 서양화의 지식을 적당히 접목하고 있는데 이는 서사시 및 연극적이어야 하며
원자폭탄과 같아야 한다는 창작논리가 아니며 자연이 가지고 있는 색과 자연이 주는 감성
그리고 그 자연 속에서 변화하는 것과 변화 하지 않는 것에 대한 탐구적 의식으로 조용하지만 힘차게 펼쳐지고 있다.
아울러 선택된 소재나 화면을 전개해 나가는 과정이 일반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양화적 분할방식이나 원근법 내지 음영을 다루는 방식이
전통적 양식이 아닌 분명 다른 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대상을 나타내는 선묘는 동적느낌은 절제되어있지만
반면에 정적인 속도의 개념으로 짧고 반복된 붓질로 묘사되고 있으며
따라서 역동적 표현을 절재하면서 부드럽고 현장감이 넘치며,
쉽게 볼 수 없는 풍경 같으면서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풍경으로 의도 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상식적인 빠르고 힘찬 속도의 양(陽)적 기운생동이 아니라
청명하늘에 흘러가는 구름처럼 또는 구름사이 달을 보듯 부드럽고 유연한 속도감으로 음(陰)적 기운생동 한다.

화면을 편안하면서도 깔끔하게 다루는 화가의 솜씨에서도
그의 천부적인 회화적 재능 같은 것을 읽게 된다.
감각적인 질이 한결 돋보이기 때문에 군더더기가 없다.
보이는 사물의 세계와 보이지 않는 이면의 내면적 감성의 세계가 적절하게 맞물려
조화를 이루는 예술은 그 자체가 작가의 개별적 분신이나 다름없다.
화가 정정희의 내밀한 조형언어가 지닌 청신성은 작품이라는 거울을 통하여 은은하게 비쳐 나온다.

여기서 다시 생각해 봐도 역시 정정희는 동양화적인 체질을 소유하고 있는 작가란
표현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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